보수동책방커피
전국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헌책방거리이자 지역의 문화자산인 보수동 책방골목의 정취를 옮겨 담은 커피가 세상에 나왔다. 책방골목을 아끼고 사랑하는 시민이 각자의 재능을 조금씩 보태어 만든 ‘보수동 블렌딩’이다. 보수동 블렌딩은 중구 혜광고에서 국어 교사로 근무하는 김성일(36) 씨와 혜광고 학생들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몇 년 전 중구 동주여고 재직 시절부터 학생들과 함께 존폐 위기에 내몰린 책방골목 살리기 활동을 해온 김 씨는 “그간 뮤직비디오 제작, 시집 발간 등 의미 있는 작업을 해왔고 골목에 대한 관심도 많이 높아졌지만, 더 많은 시민과 폭 넓게 공감대를 형성하는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었다”며 “쉽고 친근하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커피를 떠올렸다. 나 또한 커피에 관심이 많아서 즐겁게 참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씨와 학생들은 수소문 끝에 보수동 블렌딩 개발을 맡아줄 카페 ‘마리스텔라’의 박성우 대표를 만났다. 김 씨는 “원하는 맛을 내기 위해선 여러 원두를 적절한 비율로 배합하는 과정을 몇 차례 거쳐야 하는데 커피를 한 번 내리는 데만도 일정량 이상의 생두가 필요하고 보관 과정도 만만찮다”며 “개발과 유통까지 카페 입장에선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지만 평소 책방골목에 관심이 많았던 박 대표 부부가 기획 취지에 공감하면서 큰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마리스텔라가 개발한 보수동 블렌딩은 에티오피아 농장 네 곳의 원두를 엄선해 배합했다. 책방골목의 따스했던 추억을 회상할 수 있도록 로스팅 강도를 다소 높여 고소하고 적당한 바디감을 갖췄다. 여기에 동아대 산업디자인학과 김재홍 교수와 제성현 학생이 홍보와 패키징 개발을 맡았다. 기획부터 개발과 홍보까지 모든 이들의 활동은 무보수로 이뤄졌고, 지원금 또한 없었다. 김 씨는 “모두 책방골목 살리기에 한 마음으로 힘을 합쳤다”고 덧붙였다. 마리스텔라에서도 맛 볼 수 있는 보수동 블렌딩은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부산 해운대 벡스코 제1전시실에서 진행되는 ‘부산 카페쇼’에서도 선보인다. 이후 중구 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책방골목 내 보수마루북카페에서도 판매된다. 벡스코와 보수마루북카페의 판매 수익금은 전부 기부할 예정이다. 보수동 책방골목의 서점은 27일 기준으로 30곳 남짓 남아있으며, 내년 1월 서점 3곳이 재건축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국제신문
2022-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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